안녕하세요...저는 싱가폴에 유학을 온 학생인데요
원래는 여기에 오기가 굉장히 싫었습니다...단지 부모님의 결정이었구요
아무튼 그래서 결국 오긴 왔습니다.
저는 엄청 험난하고 재미없고 낯선 환경에서의 안좋은 경험을 예상하며 비행기에서 내렸죠...
그런데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학교도 막상 가보니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수 있었고, 거주할 곳도 깨끗한 룸이였으며
싱가폴 물가에 겁이 질려있었지만 집주변 푸드코트에서 싼 음식도 먹을수 있었고 나름 입맛에도 맛았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견뎌내야할 힘든 목표와 어떤 우울증같은것에 시달리는 생활을 했었고 아무튼 힘들게 살았었어요..
그래서 그 걱정들은 모두 보란듯이 없어지고 지금은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편안하고 걱정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씀드릴수 있겠습니다
정말 걱정이 없어요, 할것도 많이 없구요, 밥먹을 돈이 없는것도 아니구요.
그렇게 2달이 지났는데요...
이상하게, 1달부터 저에게 심리적 변화가 찾아옵니다.
1. 무엇보다 제가 많이 느끼는 것은 어느순간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질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청소년때 싱가폴이 아닌 다른 외국도 많이 다녀봐서 이게 단지 향수병이 아닌것을 압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말 저희 부모님이나 가족, 그리고 제 주변의 모든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혼자 거친 세상을 걸어나가야할것만 같은...그런 생각이 너무 자주듭니다.
한마디로 두렵습니다. 너무나 두렵습니다..
2.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아무리 자도 계속 자고싶습니다. 저는 원래 많이 먹는체질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라 잠도 많이 안자버릇 했어요 그런데
요즘따라 정말 제가생각해도 엄청나다 싶을만큼 많은 양의 식사를 하구요 과자나 아이스크림등 하루에 평균 3개씩은 먹는것 같네요 그것도 아주 큰 봉지루요. 그런데 그냥 충동적으로 먹고싶고 자고싶고 그렇습니다. 먹고싶어서 먹는게 아니라 보고 있으면 제가 먹고있어요.
3. 생리주기가 변화하였습니다. 1달주기로 하였는데 요즘은 2주에 한번합니다 그리고 제가 누워있으면 방 창문이 보이는데 거기로 정말 충동적으로 뛰어내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것 같은 느낌입니다
4.웃음이 사라진 저를 느낍니다. 어느순간 냉혈인간이 된것같달까요? 무언가 친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사귀고 싶은 의욕도 없네요. 저에게 살갑게 굴면 좋아하고 안그러면 제가 먼저 친하게 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은 딱히 바라지도 그렇게 하지도 않구요 그냥 다 귀찮습니다.
아....도데체 저 왜이러는걸까요?
정말 벗어나고싶네요.
보내주신 사연 잘 읽어보았습니다.
님은 싱가폴에 유학오신 학생이신군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의 결정으로 이곳에 오게 됬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계신 님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말씀하신데로 타지에서 낯선 외국생활을 하다보면 험난하고 재미도 없고 예기치 못한 안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님이 새로운 주거지나 음식등 익숙하지 않을 주변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친구도 만들어 잘 지내셨다는 글을 보니 어깨를 보담아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사라져버릴 것 같다거나 그로인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이 뒤집어 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셨나봐요. 저는 님이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지만 자기관리도 잘하고 모든 면에 절제력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분이라고 느껴지는데 님은 요즘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본인 모습을 보니 많이 당황스러우신가 봅니다.
님은 10대 혹은 20대 대학생이시겠지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보면 물리적 거리를 떠나서 내 마음에 부모님이 항상 옆에 있다고 아무리 다독여 봐도 가슴 한편에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도 생기고, 내가 거기 없을 때 부모님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겨 나 혼자 이 세상에 남겨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요. 그 땐 정말 지금처럼 계속 혼자 세상을 살아가야 할텐데 상상만해도 그 일이 당장 오늘이라도 일어날것 같아 막막하고 두려운 감정이 생기는게 당연합니다. 더우기 이제까지 잘 버터온 님은 스스로 잘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색하지 않으니 더 힘들고 지치겠지요. 님의 그런 애쓰는 모습이 떠올라 안쓰럽고 안타까워요.
하지만 '원' 님! 몸으로 나타날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와 그 갑갑함속에서도 비록 충동적인 행동이나 생각이었지만 님은 자신을 들여다 보았고, 내가 지금 왜 이러는지 알고 싶고, 또 이걸 벗어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 말씀을 보니 이미 한 걸음씩 앞으로 나오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러운가요? 이젠 한국에서의 견디기 힘들었던 목표와 상황들은 잊어버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나 힘들어” 라고 조금은 투정도 부려보세요. 혹시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내 마음을 다 이해해 주지 못하고 도리어 언짢은 말이 되돌아 오더라도 상처받지 마세요. 그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 입니다.
생리주기의 변화나 충동적인 식습관으로 너무 견디기 힘드시면 근처의 폴리클리닉이나 가정의학선생님과 상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님에게는 씩씩하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충분히 있다고 믿어요!
상담원 펭귄.